2007/08/13 13:10

대중타령은 기만이다

나는 '대중'이라는 존재가 실체없는 허상이라 믿고 있다. 노지아 님이 "대중과 지식 엘리트"라는 글이 내 입장과 얼추 비슷하다.

‘대중’이란 과연 어떤 집단인가? 사람들이 툭하면 끌고 나오는 저 ‘대중’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평범한 불특정 다수’를 가리키는 아주 소박한 말인 것처럼 사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대중’이란 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대중’은 허구적인 집단이며, 엄밀히 하자면 집단도 아니다. 집단은 목표가 무엇이든 일정한 의도성을 가진, 여러 사람의 모임이며, 모호하고 불명확하며 자의적이기 짝이 없는 대중보다 훨씬 구체적인 무리이다. ‘대중’은 그런 식으로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대중은 그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유령이다.

네이버의 백과사전과 국어사전, 그리고 매스컴에서의 용어사전에서 찾아본 ‘대중’의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자본주의 이후 인간이 개체성을 가진 존재가 아닌, 기계의 톱니 같은 존재로 전락하면서 출현한 소위 대중사회에서 동질화, 평균화, 비합리화, 정서화한 수동적, 감정적, 비이성적 무리로, 특정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가진 공중(public)과는 구별된다. 나는 여기에, ‘익명화된 사회’라는 조건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대중의 속성 중 하나로 익명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인간이 톱니로 전락한 사회는 인간이 소외되고 물화된 사회임과 동시에, 익명사회이기도 하다.

애초에 ‘대중’의 의미가 이러할진대,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라던가 ‘대중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와 같은 수사들은 넌센스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개성과 개체성을 지워버린 채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뭔가를 분출해내는 평준화된 불특정한 무리가 대중인데, 그렇게 뿜어낸 파편들을 의견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절대로 어리석지 않다고 전제해야 한다고? 무려 소통을 해야 한다고? 아니, 심지어 존중까지? 말이 되는가?

게다가 대중은, 부르는 사람이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집단이다. 아니, 그렇게 ‘자의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대중’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실제 숫자가 어떠하든 나의 의견이 바로 다수의 의견이라고 어필하기 위해 풍선 불듯 몸집을 부풀려서 끌어들이는 존재가 바로 ‘대중’이다.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조작이 훨씬 쉬워진다. 악플러들이 기를 쓰고 한 곳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너무 명확하다. 자신의 의견이 결코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식화하기 위해 벌이는 매우 정치적인 행동인 것이다. 거기에, 열 명이 아이디 바꿔가며 열 개만 써도 리플 백 개가 되는데 그 백 개의 의견이 실제로 몇 명의 의견인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러나 악플 열 개와 악플 백 개의 효과는 너무나 다르다. 우리는 ‘대중’이란 개념을 아주 소박한 것으로 믿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이 ‘대중’이란 개념이 얼마나 허술하고 또한 얼마나 조작이 쉬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지금 '대중'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잘 활용하고 있다. 대중은, 조금 세게 단순화시키면 우매하지만, 대중을 호출하는 행위는 고도로 정치적인 행위인 것이다.




ps. 정말 하고싶었던 얘기가 이 다음애 이어져야 하는데... 과연 쓸 수 있으려나.



"대중타령은 기만이다(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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