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들 중에는 여성의 등골과 영혼을 파먹었던 전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다. 뭐 예술적 교감은 함께 나누었으나 사회적으로 여성예술가가 잘 용인되지 않아 남자 혼자 결과적으로 예술가의 영예를 다 쓴 경우들, 그러니까 딱히 의도적으로 나쁜 놈은 아니고 별 악의없이 기득권에 편승했을 뿐인 사람들도 꽤 많지만, 그 중에는 꽤 적극적으로, 그리고 악질적으로 여성의 등골을 파먹으며 이를 당연시여겼던 인간들이 꽤 있는데... 내가 여태까지도 파스빈더 영화를 보지 않는 건 그의 그런 삶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커서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그런 식의 뱀파이어 예술가에 대한 고발이 남자 작가, 남자 예술가에 의해서도 꽤 폭로가 되는 듯. 사랑과 연애, 나쁜 남자의 속성에 대한 연극이라고 썼지만, 연극 <썸걸(즈)>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여성의 교감 의지와 신의, 감정을 착취하여 예술을 하는 남자 예술가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여자 얘기를/만 가장 잘 하는 영화감독, 모든 영화에 자신이 연애했던 여자들과의 에피소드를 써먹는 남자는 후안무치도 모른 채, 지가 나쁜 건 알아도 다른 사람 기억에 나쁜 놈이라 기억되는 건 또 못 참아서 옛 여자들을 불러낸다. 나쁜 놈이면 당연히 나쁜 놈의 멍에도 지가 지고 가야할 텐데 그건 또 싫다는 이 막장 무책임 이기주의자 짓, 실은 의외로 많은 남자들, 게다가 대체로 착하다는 평판을 받는 남자들도 꽤 많이 생각없이 저지르는 짓거리다. 우린 그걸 '수퍼 찌질짓'이라 부를 수도 있으리라.
이걸 쓴 이가 바로 <남성전용회사>, <너스 베티> 등을 만들었던 닐 라뷰트 감독이다. 이 인간은 영화연출뿐 아니라 연극작가, 연출도 하고 있어서... <남성전용회사> 만들고 여성혐오증이라고 뭇매를 꽤 맞았던 모양인데, 본인은 억울해했다지만 어쩌면 나쁜남자 끼가 다분하게 있기 때문에 이런 연극도 쓰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인간성의 막장의 끝까지 파헤치는 이 연극, 꽤 재미가 있는데, 내가 본 버전의 이석준은 워낙 외모가 멀끔한 데다 '매력적인 활달함'까지 갇추고 있어서, 이 역할을 정말 얄밉고 매끈하게 해내더라. 게다가 어쩐지 <비스티 보이즈>의 하정우를 연상시키는 연기이기도 했고. (뭐 찌질한 뱀파이어 캐릭터라는 점에서 맡은 역도 비슷하긴 하다.) 더블캐스트인 최덕문은 보다 능글능글한 쪽이라고 하던데, 그 버전도 지금 꽤 궁금해하는 중이다. 새로 합류했다는 전병욱은 마이 불안한 것이... 어쨌건 꽤 눈길가는 배우, 또 한 명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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