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주화 투쟁하던 사람들을 폭도로 몰면서 독재정권이 퍼뜨린 게 바로 그 비폭력저항의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다. 그러나 간디나 마틴루터킹의 비폭력저항은 우리가 그렇게 주입받은, '인상'으로 알고 있는 비폭력저항과는 꽤 다를 가능성이 크다. 비폭력과 관련한 '손쉬운' 담론은, 그렇게 낡은 이데올로기 조작에 의한 무의미한 외침인 경우가 다수라는 얘기다. 우리는 폭력과 비폭력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심화된, 동시에 대중적으로 합의된 철학과 담론을 가진 적이 없다. 얼마 전 친구와는 그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종교적 공통 기반이 없다면 비폭력저항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나는 폭력시위라고 하면 8, 90년대에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든 시위대가 아니라, 영화 <증오>의 한 장면, 얼마 전 본 <톡투미>의 한 장면 같은 걸 떠올리곤 한다. 바로 약탈 방화부터 일어나던. 집안에 있는 구체적인 살상무기를 들고나오고 길가던 차를 전복시키고 불을 지르는, 바로 그런 '폭동'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광주를 들먹이기까지 하는데, 한 가지 상기시켜주자면 광주에서는 무려 '총'과 '폭탄'으로 무장을 했었다. 국가의 권력을 무뢰배가 폭력으로 탈취했을 때, 그에 대해 저항을 하다가 결국 총까지 잡게 된 그 투쟁이 민주화 투쟁일 수밖에 없는 이유, 농민들이 무장을 하고 프랑코 반란군과 싸웠던 스페인 내전이 스페인 '혁명'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8, 90년대에 투쟁하던 이들이 저마다 손에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고 나왔던 것은, 그렇게 폭력적으로 국가의 권력을 탈취한 채 저들끼리 권력을 승계하고 국민에게는 총과 탱크를 앞세웠던 이들의 폭력 앞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소위 '운동권'이라는 사람들이 별나라 사람들 같은가. 어제의 시위에 참가하고 그 경험을 이론적으로, 다시 실천적으로 사유하고 발전시키고자 오늘 책을 잡고 다시 시위에 나가는 사람들을 부르던 용어가 바로 '운동권'이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가 또다시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다만 광주 때와 달리 지금의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명박 정권이 가지고 있는 국가의 권력이라는 것은, 폭력적으로 탈취된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손에 쥐어줬다는 사실인 것이다.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마틴 루터 킹과 하워드 진에게서 영향을 받은 비폭력주의자다. 그러나 비폭력저항은, 총파업과 연좌농성, 동맹휴업, 기타 다양한 형태의 모든 저항을 폭력만 제외한 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실천하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기에 총파업이라는 말에 무조건 파블로프의 개마냥 거부감부터 드러내는 사람이 비폭력을 입에 올리는 것은 내게는 광주를 여전히 폭동이요 사태라 부르는 사람들의 그 얄팍한 이데올로기와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ozzyz님의 통렬한 절규대로, 비폭력은 그렇게 손쉬운 주문처럼 호출될 대상이 아닌 것이다.
ps. 물론 아나키스트나 반국가주의자들에게는 이 본문은 모두 헛소리이다. 이 본문은 어디까지나 근대국가의 권위와 존재 자체는 인정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전제하고 쓴 것이다.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