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노씨께서 올리신 글 "오류들 - 디워, 동어반복의 무한복제(이 글도 물론).[+노바님 반론에 대해]"에 트랙백으로 보내는 글입니다. 저는 이 글 밑에 영화 <디워>를 까는 것과 <디워>를 둘러싼 현상을 까는 건 구분해야 한다는 리플을 달았고, 민노씨께서는 이런 구분에 어떤 실익이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거기에 대한 답입니다.
'실익'이라... 뉘앙스가 좀 묘하군요. 그 둘은 당연하게 구분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영화에 대한 비판>과 <영화를 둘러싼 현상>에 대한 비판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님은 이 다양한 논의들을 졸지에 디워까와. 디워빠의 대결로 단순화시키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김규항이 이 ‘현상’을 잘못 읽고 있다”는 yellow-hen 님의 글마저 님은 “디워빠를 디워까가 욕한다”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계시죠. 김규항의 글마저도 영화보다는 영화를 둘러싼 현상에 대한 코멘트 아닌가요? 정작 김규항은 <디워>를 아직 보지 않았다고 하니 말입니다.
저는 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 <괴물>을 미친 듯이 좋아했습니다만, 그렇다고 <괴물>이 당시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었던 현상까지 두둔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에 대해서는 대단히 비판적이며, 나아가 CJ와 쇼박스 등의 대기업이 투자/수입/제작부터 심지어 ‘상영’까지 수직대통합을 통해 영화산업에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지금의 산업구조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입니다. 이것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도 생각 안 하고요. <디워>의 경우에 대해서도, 영화 자체는 좋아했지만 지금의 현상을 파시즘적이라며 비판적인 사람들과,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소위 ‘대중’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고 또한 모순도 아니죠. 이걸 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님의 구도대로 하면 영화 자체에 대해 한 마디도 논평한 적 없고 이송희일과 진중권을 지지/옹호하지만 그네들의 영화 자체에 대한 논평에는 유보적인 저 역시 디워까가 되고, 님은 디워빠가 되겠군요. 하지만 이것은 제게 대단히 부당한 라벨링입니다. 왜냐하면 전 <디워>를 보지 않았고, 따라서 영화 <디워>에 대해 별다른 비판이나 반대를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재 관심이 있는 건 한 영화를 둘러싼 사회 현상입니다. 언론이 나서서 마녀사냥을 부추키고, 소위 ‘대중’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각자 자신의 눈이 아닌 그 언론이 제공해 준 (왜곡된) 눈대로 글을 읽으며 한 개인에게 마녀사냥을 가하고, 이것이 소위 ‘대중의 의로운 투쟁’으로 포장된 사회현상 말입니다.
'실익'이 뭐냐고 하셨으니, 말씀드리지요. 둘을 구분해서 분석과 담론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저 단순하고 폭력적인 구도와 딱지붙이기에서 벗어나 마녀사냥의 가능성을 조금 더 줄일 수 있고, 현존하는 사회 문제들의 원인과 분석을 좀더 정확히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나름의 토론과 논쟁을 통해 조금 더 다양한 논의를 통해 좀 더 근사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조금 더 쉽게 모색할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지금 나오는 논의들 중 특히 영화산업에 관한 한 많은 부분이 중딩 수준의 경제학 논리도 적용되지 못하는 매우 소박하고 단순하며 어이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고, 영화산업을 조금 아는 자로선 이것이 상당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들과 지식을 나눔으로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비자’로서 스스로의 격을 높이는 결과도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빠와 까로만 양분되는 장, 그것을 부추키는 장에선 별로 가능성 없어 보이는 얘기긴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빠와 까로만 양분하는 장을 바로 님께서 부추키고 계신다는 것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두뇌가 놀라울 따름'이라 하셨던 분이 바로 그렇게 '세상을 단순하게 해석'하고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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